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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공부

세계 경제의 성장 지속 조건 - 부채와 자산 가격 거품 붕괴 원인

1. 부채와 자산 가격 거품 붕괴 원인 -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이전 시간에 본 것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하고 주식 시장에 부분적으로 거품이 발생했다. 이런 부채와 거품은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해소될 수 있을까? 연착륙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이에 답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달려 있다.

 1960년~1980년은 인플레이션 시대였다. 1960년 1.4%였던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980년에는 13.6%까지 상승했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도 1980년에 28.7%나 급등했다. 특히 1970년 중반 이후 1,2차 오일 쇼크로 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2차 오일 쇼크에 따른 유가 급등은 공급 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켜 경기 침체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정책 당국은 경제 회복과 물가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을 통화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금리를 인상했다. 그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1979년 8월에 연방 기금 금리의 실효 수준이 10.9%였다. 그는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어 금리를 과감하게 인상했고 연방 기금 금리는 1981년 1월에는 19.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통화 긴축 정책 영향으로 1981년부터 미국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참고로 한국 정부도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운용했다. 당시 한국은 지금의 기준 금리 같은 정책 금리가 없었다. 그래서 회사채 수익률로 당시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이 금리가 1980년 4월에 32.3%였다. 2021년 6월 현재 1.9%인 것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00년 이후로는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2000~2020년의 미국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2.1%에 그쳤고 한국의 경우도 2.4%였다. 2010년 이후 10년간은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1.6%로 미국보다 더 낮았다. 말 그대로 디스인플레션 시대였다.

 2000년 이후 물가가 안정된 이유는 우선 수요 측면에서 주요국의 실제 GDP가 잠재 수준 이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0~2020년 사이에 미국의 실제 GDP가 미 의회가 추정한 잠재 GDP를 연평균 2% 정도 밑돌았다. 그만큼 공급에 비해서 수요가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돈이 도는 속도도 크게 줄었다. 2008년 9배였던 미국의 통화승수가 2012년 이후에는 3~4배로 떨어졌고, 한국의 통화승수도 2008년 26배에서 2020년 12월에는 15배로 급락했다.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를 대규모로 공급했음에도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더불어 중국의 세계 시장 편입이 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중국은 저임금 등 낮은 생산 요소 비용을 바탕으로 상품을 싸게 생산해서 전 세계에 공급했다. 2001~2020년 미국의 대중 누적 무역 수지 적자는 5조 4,549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데, 그만큼 중국의 생산자가 미국의 소비자에게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했던 것이다. 월마트에 진열된 상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일 정도이다.

 

 

2. 중국이 인플레이션 진원지가 될 전망

 그동안 물가 안정을 초래했던 요인들이 변하면서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 수 있다. 

1) 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각국의 정책 당국이 2008년 이후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리고 통화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재정 및 통화 정책의 효과로 머지않아 실제 GDP가 잠재 GDP에 점차 접근하면서 마이너스 GDP 갭률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초과 공급이 해소되고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를 분석해 보면 GDP 갭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 사이에는 상관 계수가 0.52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때는 돈이 돌면서 통화승수도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2) 공급 측면에서도 물가를 상승시킬 요인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붕괴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끌었던 자유 무역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의 리쇼어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 등 주요 선직국도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GVC 대신에 RVC 혹은 DVC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럴수록 기업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그 부담은 소비자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더 이상 상품을 사게 공급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중국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대외적으로 개혁, 개방을 지속하고, 대내적으로는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경제 발전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이 대부분 중국에서 소비될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몇 년 후에는 중국이 상품 수입국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인구 고령화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통 15 ~64세 인구를 생산 가능 인구로 분류하고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이 인구 비중이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로는 중국에서도 줄어드는 추세로 전화되었다. 상대적으로 생산 인구는 줄어들고 소비 인구는 늘어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미국 경제에서는 산업 생산 지수보다는 소매 판매액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이것이 물가 지수 상승 추세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 각국 정부가 정책 차원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 사채가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정부가 지출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2007년 GDp 대비 62.6%였던 전 세계 정부 부채가 2020년에는 109.2%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미국 연방 부채는 2020년 현재 132%로 2007년 60.7%에 비해 껑충 뛰었다. 물가가 상승하면 분모에 해당하는 명목 GDP가 증가하면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선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