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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공부

세계 경제의 성장 지속 조건 - 저금리의 수수께끼

 

1. 저금리의 수수께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시장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미국의 시장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제 성장률을 고려한 적정 금리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낮다. 정솽화과정에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But. 지금은 고금리입니다요...)

 장기적으로 시장 금리는 명목 GDP 증가율과 거의 유사하게 움직였다. 미국의 경우 1990년에서 2020년까지 31년 동안 시장 금리는 연평균 4.4%로 명목 GDP 성장률과 거의 유사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로는 시장 금리가 3.3%로 명목 GDP 성장률 3.8%보다 0.5% 낮았다. 

 2020년 3월 0.5%까지 떨어졌던 미국 시장 금리가 2021년 상반기에는 1.7%까지 상승했지만, 4%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 명목 경제 성장률에 비해서 훨씬 낮다. 이런 현상을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저금리의 수수께끼라 했다.

 금리는 수많은 경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저축과 투자이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선 중국의 고성장 과정에서 저축이 소비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고, 이것이 주요 자금 공급원이 되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2020년까지 미국과 교역에서 5조 4,549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고, 이 자금 중 일부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 사용되었다. 2001년 786억 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2013년 말에는 1조 2,700억 달러로 16배나 증가했다. 2021년 4월 현재는 1조 961억 달러로 줄었다.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 중 중국 비중도 2009년 24.3%를 정점으로 2021년 4월에는 15.5%까지 낮아졌다.

 소득 불균형도 저축 증대에 기여했다. 2000년 이후 세번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소득 불평등 정보가 심화했다. 소득이 높은 계층의 한계 소비 성향은 낮다. 또한 시성세대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렸다. 장기적으로 9% 안팎이었던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2020년에는 16%까지 상승했다.

 이 외에 낮은 물가 상승률이나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은 산업 구조로 전환한 것도 저금리를 초래했다. 예를 들면 실리콘밸리형 테크 산업은 철도, 자동차 공장만큼 자금 수요가 크지 않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쌍순환' 성장 전략이 상징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는 소비 등 내수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저축률이 낮아지고 세계에 자금 공급 여력이 줄어들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고소득층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해 중산층을 육성할 계획이다. 고소득층의 저축이 중산층 이하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백신 접종으로 경제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미국 가계 소비의 6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지출이 크게 늘면서 저축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투자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4조 달러 이상의 돈을 인프라 투자에 쓸 계획이다. 반도체와 2차 전지 산업 등에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 것이다. 여기다가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인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상승 속도는 느리겠지만 점차 시장 금리가 적정 수준에 근접해 갈 것이다.

 문제는 과다한 부채와 거품 영역에 있는 자산 가격에 있다. 각국 정책 당국이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해오고 있다. 그러나 앞서 자세히 살펴보았던 것처럼 이 과정에서 정부, 가계, 기업 등 각 경제 주체의 부채가 대폭 증가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일부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저금리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두 가지 문제가 터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는 또 다른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

 

2. 2023년 전후 또 다른 경제 위기가 올 것인가?

  자산 가격 거품 붕괴와 더불어 부채 위기가 언제 올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또한 부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부채 증가는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다. 부채로 차입한 돈이 부채를 상환할 정도의 충분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생산적으로 사용된다면 부채는 좋은 것일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자금이 생산성이 낮은 곳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시켜 창조적 파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부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는 약정 기간에 따라 이자를 내고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것이 부채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는 부채가 생산적 자원에 투자되면서 GDP가 부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 하지만 부채에 의한 성장의 후반기에는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창출 속도보다 더 빠르고, 자산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차입을 통해 자산 매입 현성이 나타난다. 그 다음 단계는 높은 부채 부담과 자산 가격 하락으로 배채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부채 위기가 발행하게 되는 것이 부채 사이클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지만, 2021년 현재는 부채에 의한 성장의 후반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금리 상승이 부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부채로 인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여기다가 자산 가격의 거품마저 붕괴되면 세계 경제는 1~2년 이내에 다시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가계와 기업이 부실해졌기 때문에 통화 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정부 역시 부채가 많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2020년 이후 이중 침체 현상을 보일 것이다.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공급 측면 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스태크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 미리 읽었으면 좋았을 내용이지만, 훗날을 위해 읽어보기

 

3. 화폐 수량설로 본 미국의 인플레이션

'리오리엔트'라는 책을 쓴 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수입을 하고 싶은데 수출할 상품이 없을 때 발생하는 무역 적자를 정산하는 데 화폐가 쓰였다고 했다. 현재 미국 달러가 미국인에게 그런 화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40센트의 비용을 들여 100달러 지폐를 만들고 그 지폐로 상품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크는 "화폐는 세계를 돌면서 세계를 돌게 한다"라고 했다. 1970년대 이후로 미국 달러가 세계를 돌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인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종 거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을 포함한 상품 화폐로는 이 거래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신용 화폐가 필요했고, 달러가 등장한 것이다. 미국은 달러는 찍어내 세계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른 증가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화폐는 그 속성상 유효 수요를 지원하고 창출한다. 이 수요가 다시 공급을 유발한다. 실제로 달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유효 수요를 창출했다. 미국 가계가 싼 비용을 들여 만든 달러로 소비를 늘렸다. 이는 중국의 생산 증가를 초래했다. 

 미국이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냄으로서 소비했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은 이유는 중국이 달러를 흡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화폐와 물가의 관계를 성명하는 대표적 경제 이론이 화폐 수량설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Mv=PT'라는 교환 방정식에 의해 화폐 공급과 물가의 관계를 분석했다. M은 화폐 수량이고 V는 화폐의 유통 속도이며, P는 물가 수준, T는 거래량이다. 화폐 유통 속도와 거래량이 일정하면 통화가 증가한 만큼 물가는 오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달러 발행이 급증했다. 2007년 말 8,372억 달러였던 미국의 본원 통화가 3번의 양적 완화를 종료했던 2014년 10월에는 4조 15억 달러로 4.8배나 증가했다. 그 후 2020년 3월까지 정체되다가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자 미 연준은 다시 돈을 찍어내고 있다. 2020년 말 본원 통화가 5조 2,066억 달러로 1년 만에 무려 52%나 증가했다.

 문제는 그만큼 거래량이 수반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10% 안팎 성장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앞으로 4~5%로 떨어지고,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 보유액 다변화로 달러 비중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성장률도 중장기적으로 2% 안팎의 성장에 그쳐, 풀린 통화를 흡수할 수 없을 것이다. 화폐 유통 속도가 하락하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초래하지 않겠지만 거래량 증가를 수반하지 않은 통화 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물가가 상승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 여기다가 누적되고 있는 미국의 대회 부채를 고려하면 달러 가는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